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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액. 담금주 만들기

생강줄기로 발효액 만들기

 

정작 시골에 살 때는 진흙땅인 데다 땅이 습해서인지 통 생강 농사가 안 되더니 이곳에서는 너무 잘 되네요.

땅이 약간 경사가 진데다가 물 빠짐이 좋은 토질 때문인가 싶습니다.

거름은 처음에 심기 전에 퇴비 약간 준 것 외엔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농악 또한 주지 않았죠. 바로 옆에 심은 아욱은 온통 벌레 투성이인데 비해 생강은 멀쩡한 게 벌레도 안 끼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혹시 서리라도 오면 망칠까 싶어 11월 4일 날 모두 다 캤습니다. 서리 오기 전에 캐야 된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전업농이 아니라 취미농사꾼인 제가 심어 보아야 약간이고, 수확물이 조금이니 처리에 고민할 필요야 없지만 버려지는 생강 줄기를 보니 불현듯 저 줄기와 잎으로 발효액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다고 딴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닌데 망설일 필요가 있나요. 성격대로 바로 실행에 옮겼죠.

생강에서 약간 위쪽으로 줄기를 1cm 정도 남기고 싹둑 잘랐습니다.

요건 두었다가 겨우내 수정과를 만들어 먹을 겁니다.

수확의 기쁨은 양이 적으나 많으나 마찬가지죠.

수확량이 적어도 뿌듯하고 풍요로운 느낌이 드는 건 기대치가 작았기 때문이지요. 5kg을 기대했는데 5.5kg이 나왔다면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저울이 2kg짜리라 몇 번에 걸쳐 달고 또 답니다. 기쁨을 만끽하면서요.

발효액을 만들 생강 줄기와 잎은 물로 닦은 다음 탈탈 털어 대충 물기를 말려 놓습니다.

일단 재료와 설탕의 비율을 기본적인 방법대로 1:1의 비율로 넣어 봅니다.

막상 그대로 놓고 보니 불안합니다.

설탕이 녹았을 때 재료가 잘박 잘박하게 잠길 정도라야 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물을 1리터가량 추가로 부었습니다.

원래 물을 추가할 경우엔 물과 설탕을 1:1로 섞어 물을 끓여서 시럽으로 만든 다음 식혀서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농도 차이로 인한 부패현상을 막을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설탕이 녹지 않은 상태에선 윗부분은 맹물일 테니까요.

어쨌든 상황이 얼떨결에 맹물을 부어주게 된 상황이라 그냥 부었습니다.

다음날 열어 보니 물을 부었는데도 양은 좀 줄었지만 잘박거리질 않네요. 남아 있던 줄기들 마저 썰어 투입하고 설탕을 물에 녹여 넣었습니다.

그리곤 매직으로 기록을 합니다. 뚜껑에 재료의 종류와 양을 써 놓죠.

생강의 줄기와 잎이 2.5kg이니 설탕은 마찬가지로 2.5kg을 넣어야겠죠. 그리고 재료에서 물이 잘 안 나온다는 판단하에 물을 약간 더 추가했고요.

혼합물의 양이 그릇의 60~70% 정도가 적당하지만 대략 80%는 돼 보입니다.

어차피 겨울이라 벌레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뚜껑을 약간 느슨하게 해서 두면 발효 시 발생되는 메탄가스 때문에 일어나는 거품이 넘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거든요. 말이 거품이지 밀폐된 가스가 뚜껑이 열렸을 때 일어나는 거의 폭발성에 가까운 분출(?) 현상은 끔찍 그 자체죠. 발효액은 다 넘쳐버리고... 찌꺼기만 남으니.......ㅠㅠ. 너무 살짝 열렸을 경우도 마찬가지죠. 아무도 모르는 사이 그대로 다 넘쳐버리니까요.

50일이 약간 덜 된 상태지만 한 번 열어 봅니다. 가끔씩 기포가 올라오고, 냄새는 역겹습니다.

수저로 고인 액체를 조금 떠 맛을 보았습니다. 냄새는 역한데 맛은 좋습니다. 설탕물이니 당연하잖아요

아직 안 녹은 설탕이 위에 조금 남아 있군요.

대충 흔들어 놓고 뚜껑을 느슨하게 닫은 후 제자리로 다시 복귀시켰습니다.

저의 경우는 대략 1년을 둡니다. 만들어 놓고 잊거든요. 그러니까 내년 요맘때면 '아차 내가 이런 걸 했었지' 하고 생각이 나면 그때 찾아서 갈무리해서 보관하면 되니까요.

보관용 용기(유리병 또는 페트병)에 담은 후 어둡고 서늘한 장소에서 2년을 더 묵혀 3년이 지나면 그때부터 꺼내서 먹습니다.

생강 줄기의 경우는 첫 시도이니 가끔씩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